내 생애 마지막 전시회


2006년 세계에서 '네팔행' 비행기를 가장 많이 탄 사람이 저일 수도 있겠습니다. 3월에 가서 보름, 6월에 가서 한 달을 머문 건 모 방송사의 특집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서였습니다. 프로그램 방송이 끝난, 그러니까 애초의 '볼 일'이 모두 끝난 8월, 저는 전혀 새롭고 뜬금없는 목적으로 다시 네팔을 찾아갔습니다. 잊을 수 없는 한 사람과 그 가족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약 50일 간 그 곳에 머물렀습니다. '살았습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곳에서 살 능력도 욕심도 없었습니다. 인생의 일대전환을 꿈꾸며 그 곳에 갔지만, 익숙한 '환멸'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발길을 돌리려다 그만 새로운 '사랑'을 보아버렸습니다. 아이들. 가난과 인내와 신들에 의해 길들여진 그 곳의 아이들. 저와 판이한 인생을 살고 있는, 지나치게 착하고 사랑스러운 그 작은 인간들과 각별한 친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저를 '걘 다이'라고 부릅니다. '다이'는 '형, 오빠'라는 뜻이고, '걘'은 제 네팔 이름 'Gyan Bahadur'(걘 바하두르, 지혜와 용기를 지닌 사람)의 약칭입니다. "Gyan Bahadur의 한 달 특강"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60여 명의 아이들 중 6명을 선발해, 영어와 컴퓨터, 그리고 사진 찍기를 가르쳤습니다. 그림을 그려볼 기회도 많지 않은 그 아이들에게 사진 찍기는 낯설고 어려운 '예술 수업'이었습니다.

우리에겐 너무도 파란만장했던 한 달. 그 아이들과 내가 찍은 사진들로 거리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How Are You, Nepal?" 까트만두 밸리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 '빠떤'(Patan)의 중심, '더르바르(Durbar) 광장'에서 이틀간 열린 이 사진전은 제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전시회가 될 것입니다.

총 220장이 넘는 사진들은 우리가 느낀 네팔이라는 사회,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입니다. 사진들의 제목은 모두 제가 지어 붙인 것입니다. 좌측에 있는 18개의 카테고리는 사진전의 구성을 그대로 따온 것입니다. 위의 12개는 제가 찍은 사진들을 분류한 것이고, 아래 6개는 6명의 아이들의 개별 섹션입니다. 대부분의 사진들은 네팔의 수도 '까트만두'와 제가 머물렀던 접경 도시 '빠떤'에서 찍혔습니다. 아이들과 제가 사용한 디지털 카메라는 'Olympus sp320'과 'Nikon D50'입니다.

'포토로그'를 사용하지 않고, 글쓰기 게시판에 사진을 일일이 붙였습니다. 사진전의 느낌과 맥락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왼편에 카테고리들을 만들었습니다. 각각의 카테고리를 클릭한 다음, 사진 목록 하단에 있는 '전체보기'를 클릭하면 카테고리의 사진들을 잇달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글루 페이지의 기술 문제때문인지, 처음에 썸네일로 게시되는 일부 사진들의 입자가 매우 거칩니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시원한 크기의 깨끗한 원본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원본 사진을 클릭하면 다시 썸네일 화면으로 돌아옵니다)  

이 글 밑에 음악 파일을 하나 첨부했습니다. 이틀 내내 전시장 안팎에 흘렀던 저희 사진전의 테마 음악입니다. 네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대중가요 중 하나입니다. 다운받은 뒤 재생시켜놓고 사진들을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아울러 좌측의 '포토로그'로 들어가시면 사진전에 관한 네팔 일간지의 신문 기사와 사진전에 내걸렸던 여러 플래카드들, 그리고 제가 직접 찍은 사진전 모습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들을 다 옮겨 붙이고 이 글을 쓰는 지금, 가슴이 조금씩 북받칩니다. 제게 이 사진들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행복했던 한 시절의 풍경이자, 제가 사랑하는 그 아이들의 분신이기 때문입니다. 그 골목길이, 그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phoolko aankhama.mp3
 

by 걘다이 | 2006/10/16 22:57 | 트랙백 | 덧글(25)

Paras Rijal

 빠라스(Paras Rijal), 열 네 살.
가장 유순하고 성실했던 아이.
'디페쉬'와 다투고는 서로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한 참 뒤에나 알아차리고 퍽 놀랐었다
 
눈에 잘 띄지 않았던 탓에
관심을 많이 못 가져줬던 게
 이제서야 참 미안하다
 
 
 
 

by 걘다이 | 2006/10/16 22:55 | Section Paras | 트랙백 | 덧글(0)

Rosy Yonjan


로지(Rosy Yonjan), 열 세 살.
이름처럼 예쁘고 영리하고 조숙해서
누구나 반할 수 밖에 없는 소녀
 
유난히 먼 학교가 파하자마자 뛰어오느라
 항상 가쁜 숨을 몰아쉬며
교실 앞에 도착하고는, 미안해하며 살며시
교실 문을 두드리곤 했다
 
나에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크 소리였다
 
 
 

by 걘다이 | 2006/10/16 22:54 | Section Rosy | 트랙백 | 덧글(0)

Dipesh Majhi


디페쉬(Dipesh Majhi), 열 네 살.
인도 대중가수의 춤을 기가 막히게 따라 췄고,
가장 속이 깊고 어른스러웠던 아이
 
중동으로 돈 벌러 간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의 가장 역할을 도맡아 했다
 
언젠가 바쁘게 뛰어가는 디페쉬를 길에서 마주쳤는데
삼촌이 돌아가셔서 자기가 장례를 치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아침에 강가에서 삼촌을 화장했다고...
 
 
 

by 걘다이 | 2006/10/16 22:53 | Section Dipesh | 트랙백 | 덧글(0)

Brucelee Tamang

 브루스리(Brucelee Tamang), 열 두 살
'브루스리'는 물론 예명
아버지가 이소룡의 팬이라서 붙여줬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무도 이 아이의 본명을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성이 '따망'(Tamang)인데 네팔의 여러 혈통 중
동양인의 피부색을 가진 대표적 부족 중 하나다
 
친구들과 연을 날리느라 수업에 빠져
내가 '정학'을 명했을 때
닭똥같은 눈물을 서럽게 떨궜던 천진한 아이

 

 

by 걘다이 | 2006/10/16 22:52 | Section Brucelee | 트랙백 | 덧글(1)

Sujan Dulal


 
수잔(Sujan Dulal), 열 네 살.
너무 예쁜 얼굴 탓에 처음 봤을 때 여자인 줄 알았다.
게다가 이름까지 '수잔'이라니.
여섯 명의 아이들 중
 제일 다혈질에다 똑똑하고 영어를 잘 했던 아이
욕심도 가장 많아서 영어 단어 퀴즈에서
1등을 놓지면 곧잘 삐치곤 했다
하지만 삐쳤다가 다시 웃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세상에서 제일 짧은 아이일 게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상처가 가늠할 수 없이 커서
부모님 얘기만 나오면 어색하게 화제를 돌리곤 했던 여린 소년
 
 

by 걘다이 | 2006/10/16 22:51 | Section Sujan | 트랙백 | 덧글(0)

Sapana Mishra

써뻐나(Sapana Mishra), 열 세 살.
인도에서 이주해온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나이에 안 어울리게 힌두교 신앙이 두터워
친구들과 함께 깔깔대며 길을 걷다가도
 길가의 작은 사원 앞을 지날라치면
늘 혼자 이마와 가슴에 손을 옮겨 대며 기도를 올리곤 했다
그러다가도 남자 아이의 짖궂은 장난에 이내
눈물을 흘리며 토라지곤 했던 소녀
 
엄마를 도와 물을 긷고 밥을 하느라
써뻐나가 수업에 빠질 때면
다른 아이의 경우보다 더 우울했던 것 같다
 
 

by 걘다이 | 2006/10/16 22:48 | Section Sapana | 트랙백 | 덧글(0)

His Moment



by 걘다이 | 2006/10/16 19:38 | Section Paras | 트랙백 | 덧글(1)

A Long Journey Begins

 하수도 시설이 채 정비가 안 된 네팔
 오수와 우수가 섞여
 어디로 흘러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by 걘다이 | 2006/10/16 19:38 | Section Paras | 트랙백 | 덧글(0)

A Colorful Tired Life



by 걘다이 | 2006/10/16 19:37 | Section Paras | 트랙백 | 덧글(0)

Day by Day, One by One



by 걘다이 | 2006/10/16 19:36 | Section Paras | 트랙백 | 덧글(0)

Green Off-road Kids

 아이들이 달리면
 길이 된다

by 걘다이 | 2006/10/16 19:35 | Section Paras | 트랙백 | 덧글(0)

Your Favorite Toilet



by 걘다이 | 2006/10/16 19:34 | Section Paras | 트랙백 | 덧글(0)

White Lazy Afternoon

  사원 한 구석에서 명상에 든 채로 
 명상보다 더 깊은
 잠에 들었다

by 걘다이 | 2006/10/16 19:33 | Section Paras | 트랙백 | 덧글(0)

The Look of Evening

 저녁이면 고즈넉히
노을과 마주보는
티벳불교의 불탑, 스투파

by 걘다이 | 2006/10/16 19:32 | Section Paras | 트랙백 | 덧글(0)

Nice Dream



by 걘다이 | 2006/10/16 19:31 | Section Paras | 트랙백 | 덧글(0)

What's Your Name?



by 걘다이 | 2006/10/16 19:30 | Section Paras | 트랙백 | 덧글(0)

An Island

 家業 1

by 걘다이 | 2006/10/16 19:28 | Section Rosy | 트랙백 | 덧글(0)

Move

 家業 2

by 걘다이 | 2006/10/16 19:28 | Section Rosy | 트랙백 | 덧글(0)

Better Tomorrow



by 걘다이 | 2006/10/16 19:27 | Section Rosy | 트랙백 | 덧글(0)

The Fastest Food in the World

 속을 비운 채 튀긴 과자에 구멍을 내고
 향료로 맛을 낸 물을 담아 먹는 '빠니 뿌리'
 하나 만드는 데 2초
 10루피(150원)에 8개

by 걘다이 | 2006/10/16 19:27 | Section Rosy | 트랙백 | 덧글(0)

Living as Nepali Females

  저 팔찌들과 함께 네팔 여자들이 껴야 하는
  숱한 금기와 의무들

by 걘다이 | 2006/10/16 19:26 | Section Rosy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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